○ 세계적인 탈탄소화 흐름과 함께 네덜란드와 노르웨이 정부는 ‘25년, 미국 및 일본 정부는 ‘35년까지 내연기관 신차 판매 종식을 선언. 그리고, 친환경 이동수단에 대한 각국 정부의 지원정책을 바탕으로 글로벌 전기차(EV)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음
○ 이와 같은 배경에서 자동차 메이커들이 앞다퉈 EV 신차를 선보이고 있는 한편, 타 업종에서도 EV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려는 채비를 서두르고 있음. 이는 EV의 제작 진입 장벽이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낮기 때문
-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는 자동차 메이커가 8만여 개의 복잡한 기계 부품을 수많은 부품 회사로부터 공급받아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를 조립해 판매하는 구조
- 이에 반해 EV는 부품 수가 내연기관 자동차의 1/10 정도로, 자동차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은 기업이라도 EV 플랫폼을 구매하여 내·외장재만 조립하면 EV를 생산할 수 있음
- 이처럼 EV를 쉽게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됨에 따라, IT 기업을 필두로 한 많은 기업이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의 기술적 강점을 살려 EV 시장에 진출 중
- 이미 미국의 애플과 구글, 중국의 샤오미와 화웨이 등이 EV 진출을 공식화한 가운데, 언론들은 자동차 시장이 스마트폰 이후 글로벌 IT 기업들의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주목
○ 이러한 非 자동차 메이커의 EV 시장 진출 움직임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IT 기업에 한정되어 있지 않음. 특히 일본에서는 IT 기업뿐만 아니라 매우 다양한 업종에서 저마다의 기술적 강점과 수요를 바탕으로 EV를 개발하고 있어 그 사례들을 다음과 같이 소개
석유화학 업종
이데미츠흥산
○ 일본의 석유화학 대기업인 이데미츠흥산(出光興産)은 올해 2.16. 초소형EV 사업에 진출한다고 공식 발표
- 이는 일본 정부가 '35년까지 일본 내 신규 판매 자동차를 모두 EV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이후 자동차메이커 외 기업이 EV에 진출하기로 선언한 첫 사례
- 이데미츠흥산은 경주용 자동차 제조업체인 타지마모터(タジマモーター)의 EV 관련 자회사에 출자하여 ’22년 출시를 목표로 초소형EV를 공동 개발 중
*그림 2. 이데미츠흥산과 타지마모터가 공동 개발 중인 초소형EV
- 이데미츠흥산은 일본 국토교통성이 ’20.9월 규정한 ‘도로 주행 가능 초소형EV 규격*’을 따르는 초소형EV의 수요가 일본 내에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여 사업화를 추진
* 전장: 2.5m 이하 , 전폭: 1.3m 이하 , 전고: 2.0m 이하
최고 속도: 60km/h ,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 주행 불가
○ 이데미츠흥산은 경차 및 소형차 등 자동차메이커의 각축장에 진출할 계획은 없다고 밝힘. 그 대신 일본의 가정용 콘센트로 충전할 수 있는 특징을 살려 산간과 시골 등 대중교통 취약 지역에서 초소형EV 수요를 발굴하고자 함
- 해당 차량의 예상 판매가격은 한 대당 100만~150만엔, 항속거리는 120km 정도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으며, ’21.10월 가격과 세부 성능이 정식으로 발표될 계획
- 이데미츠흥산의 초소형EV 사업 진출 이유는 다음과 같음
• 일본 내 대부분의 도로 평균 폭이 왕복 2차로 3.9m에 불과하고, 경차 보유 대수가 3,000만대가 넘어, EV시장에서도 초소형EV의 강한 수요를 예상
• ‘19년부터 실시한 초소형EV 카셰어링 검증 시험에서 일반 이용자의 하루 평균 이동 거리가 15km 미만에 불과.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단거리용 초소형EV 판매와 카셰어링 수요가 향후 높아질 것으로 전망
○ 이데미츠흥산은 석유화학 분야에서 쌓은 기술적 강점을 살려, 해당 초소형EV에 고기능 플라스틱 등 자사가 개발한 차량용 경량소재를 공급할 계획. 이를 통해 EV 차체 경량화를 실현함과 동시에 해당 석유화학 소재들에 대한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
- 또한, 전국 6,400곳에 달하는 자사 주유소를 초소형EV 판매와 카셰어링 거점으로 삼아, 주유소의 성장을 돕는 데도 활용할 계획. 일본 내 주유소는 인구 감소 현상 및 자동차의 연비 향상으로 인해 그 수요가 감소 중인데, 이데미츠흥산은 초소형EV 사업으로 이를 돌파하고자 함
화학섬유 업종
테이진
○ 일본의 화학섬유 분야 대기업인 테이진(帝人)은 올해 3.30. 초소형EV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다고 발표
- 테이진은 첨단 탄소섬유소재, 차량용 복합소재 등을 주로 개발하여 판매하는 기업으로, ‘19년부터 호주의 EV 스타트업인 ‘Applied EV’사와 협력하여 초소형EV를 공동으로 개발
*그림 3. 테이진과 Applied EV가 공동 개발한 초소형 EV 프로토타입
○ 테이진은 EV 연비 향상에는 경량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관점하에, 자사의 강점 중 하나인 첨단소재 기술을 적극 활용함. 발표 자료에 따르면 개발 차량의 특징은 아래와 같음
- Applied EV사의 초소형EV 기본설계 및 구동 제어 기술과 테이진의 경량, 고강도 소재 관련 독점 기술들을 접목한 4인용 초소형EV
- 테이진과 Applied EV사가 공동 개발한 EV용 플랫폼 ‘Blanc Robot’을 사용. 해당 플랫폼은 테이진의 북미 자회사인 'Continental Structural Plastics(CSP)'사가 공급하는 복합재료를 사용하여 제작. 이를 통해 알루미늄 등을 사용했을 때보다 20% 가량 가벼우면서도 제조 공정을 크게 단순화 할 수 있는 것이 특징
- 차체는 테이진이 개발한 충격에 강하면서도 가벼운 폴리카보네이트수지 Panlite®로 제작
- 테이진의 폴리에스테르제 첨단 소재를 차내 단열재 및 흡음재로 사용하여, 차내 온도를 쾌적하게 유지하고 내부 소음을 감소시킴으로써 에너지 효율 및 주행 편의성 향상
- 곡면 형상의 지붕에 Applied EV사의 핵심기술로 제작된 태양광패널을 탑재하여 약 330W의 전력 공급 가능
- 양사는 보행시 단위 거리 당 필요한 수준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EV를 목표로 개발해왔으며, 위와 같은 재료와 기술들을 적용한 결과, 목표로 한 에너지 소비효율을 달성하였다고 발표
*그림 4. 테이진과 Applied EV사가 공동 개발한 EV용 플랫폼 'Blanc Robot'
택배물류 업종
사가와 익스프레스
○ 일본의 택배 물류 대기업인 사가와 익스프레스(佐川急便)는 EV관련 스타트업인 ‘ASF’와 공동 개발한 택배전용EV의 프로토타입을 올해 4.13. 발표
- 사가와 익스프레스는 현재 일본 내 총 2만7천대의 택배 차량을 보유 중이며, 이중 약 30%인 7천여대가 경차로 구성되어 있음. 동사는 ’21.3월부터 이번에 개발한 택배 전용 EV의 각종 테스트와 주행 검증을 진행하고, ’22.9월 도입을 시작하여 ‘30년까지 자사의 모든 경차를 EV화할 계획
- 사가와 익스프레스가 발표한 해당 EV의 특징은 다음과 같음
• 전장: 3.39m , 전폭: 1.47m , 전고: 1.95m
정원: 2 명 , 항속 거리: 200km 이상 (택배 차량의 1일 평균 주행거리는 80km 정도)
• 중국의 광시자동차그룹(广西汽车集团)에서 위탁생산
(ASF는 설계 및 기술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회사*로, 생산공장을 갖고 있지 않음)
* 팹리스(Fabless)는 Fabrication과 less의 합성어로,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위탁 생산하여 판매하는 회사
• 택배 기사 7천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하여 운전자의 편의를 향상. 또한, 택배 하역 작업 편의를 위해 일반 차량보다 내부 바닥을 높이고, 택배 핸드카트 배치 공간을 확보하는 등, 차량 디자인을 배송 업무에 맞춰 최적화
*그림 5. 사가와 익스프레스의 택배전용 EV *그림 6. 택배전용 EV의 화물 적재 모습
○ 일본 언론에서는 상용차의 경우 EV가 운행 및 차량 유지 등의 거의 모든 측면에서 가솔린 차량을 능가하기 때문에 사업자들에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되고 있다고 보도. 특히, 택배 물류는 차량 운행으로 지출되는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러한 고정비를 줄이고자 택배 차량의 EV화가 업계 전반에서 진행되고 있음
- 사가와 익스프레스의 일본 내 경쟁사인 야마토운수(ヤマト運輸)는 '20년부터 EV트럭을 부분 도입 중이며, 일본우편(日本郵便)도 ‘25년까지 1.2만대의 EV를 도입할 계획
엔터테인먼트 업종
SONY
○ 창조적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표방하고 있는 SONY는 ‘20년 CES에서 2년만에 개발한 자사 최초의 EV ‘VISION-S’를 공개
*그림 7. Vision-S
[ Vision-S 제원 ]
• 사이즈: E-Segment(Benz E-class, BMW 5 Series 동급) 4인승
전장 4,895mm, 전폭 1,900mm, 전고 1,450mm, 축거 3,030mm, 중량: 2,350kg
• 성능: 최고 속도 240km/h, 가속 성능(0~100km) 4.8초
• 출력: 400kW 모터(전후 각 200kW) (가솔린차 540마력 동급)
• 타이어: 전륜 245mm/40R/21inch, 후륜 275mm/35R/21inch
- ‘VISION-S’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SONY가 개발하고, 그 디자인에 따라 완성차 위탁생산 전문 업체인 오스트리아의 마그나 슈타이어(Magna Steyr)사가 생산
- ’20.12월에 시제차를 완성하고 오스트리아에서 도로 시험주행을 실시. 이후 ’21.4월부터 5G 통신기술을 활용한 클라우드의 실시간 차량 제어 시험주행을 독일에서 시작
*그림 8. 5G 통신 기술을 활용한 시험주행을 진행 중인 ‘VISION-S’ 시제차
○ SONY는 향후 메가트렌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EV에 자사의 강점인 게임, 영화, 네트워크 서비스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와 이미지 센서 분야 기술을 접목하고자 하고 있으며, 이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VISION-S’를 개발
- SONY는 앞으로 자율주행EV가 상용화되면 탑승자의 이동시간을 보다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는 차내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 따라서, 자사의 강점인 게임 및 영화 제공 서비스를 5G 통신기술을 활용하여 EV에 접목할 계획
- 한편, 자율주행에는 주행 중 도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이미지 센서 기술이 필수적인데, SONY의 CMOS 이미지 센서*는 성능면에서 절대적 입지를 구축 중
* CMOS 이미지 센서: Complementary Metal Oxide Semiconductor. 과거에는 화질이 많이 떨어져 저가 제품에만 사용되었으나, 최근 화질이 대폭 향상. 또한, 큰 크기로 설계가 가능하고, 범용 반도체 제조 장치로 제조할 수 있어 제조 비용이 낮다는 점 덕분에 현재 고가 제품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음
- 또한, SONY는 차량 주변의 입체공간을 정확하게 3D로 파악하는 솔리드 스테이트식 라이다(LiDAR*)를 개발. ‘VISION-S’에 총 40개에 달하는 다양한 센서들을 장착하여 전면 300m, 후면 150m, 360도 모든 방향을 동시에 탐지. 역광, 야간, 안개나 우천 등 이미지 인식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정확한 물체 인식이 가능
* 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 근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등을 사용해 대상물에 닿아 반사될 때까지 시차를 계측하여 주변 사물을 인식하는 방식. 거리는 물론 위치 및 형상까지 정확하게 검출 가능
○ SONY는 ‘VISION-S’를 통해 EV 제작사들에 자사의 기술을 홍보하고 이를 공급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자 하며, EV시장으로의 직접 진출 여부는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부인 중. 그렇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글로벌 IT 기업들이 EV시장에 진출할 채비를 갖추고 있는 만큼, SONY 역시 이러한 움직임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
○ 가파른 배터리 원가 절감 속도와 EV충전 인프라의 빠른 확산에 힘입어 글로벌 EV시장의 성장세가 탄력을 받고 있음. 그리고, 非 자동차 메이커들은 비교적 제작이 간단한 EV에 자사의 기술적 강점들을 통합하거나 수요자 특성에 맞춘 EV를 개발하여, 이를 사업 확장 혹은 성장의 기회로 삼고 있음. 따라서, 다양한 국가 및 업종에서의 EV 개발 사례가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